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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回憶, 回歸」

김환태 X  @mummumpl_luv

 “해진이 형, 이러다 정말 사랑앓이에 말라가겟서. 술도 잘 못하는 사람이…….”

 “뮤우-즈를 만난 거라닛가. 그것도 아주 독한 뮤즈를 만난 게지. 뮤즈는 정말 잇서.” “뮤즈에 대해 잘 아는 걸 보니 윤이 형은 藝術家의 사명을 벌써 일우었나보오?”

 “나야 뭐, 워낙에 天才니까 당연한 거지. 말이 나와서 말인데, 다들 뮤즈를 만나본 적 잇나?”

 윤의 질문에 ‘글쎄.’ 하고는 어물거리거나, 張皇하게 뮤즈에 對한 이야기를 풀어놓는 나머지와 달리 나의 얼굴은 퍽 어두워져버리고 만다.

 “환태 형은 잇소? 뮤즈 말이야.”

 “나는 그런 거 없어요.” “에이, 형도 뮤즈가 있엇다고 햇잖소. 환태 형 뮤즈는 새라고 했엇지?”

 “새? 날개 달린 새 말이야?”

 “하하하! 그래도 히카루 상은 해진이 형과 편지라도 주고받을 수 잇지, 하필 말도 못하는 짐승이 뮤즈라니. 딱하오!”

 그 말을 듣고는 무어라고 설명하려다 이내 껄껄 웃어 넘겨버렷다. 나의 뮤즈, 꿈속의 女人이 정말 미츠코시 百貨店 近處를 돌아다니며 주워 먹을 것이 없나 바닥을 살피는 그런 새는 아닌데 말이지.

 아니, 그것은 차라리 女人이라기보다는 새에 가깝다고 하는 것이 나을 수도 있겟다. 별과 별 사이의 空白을 무수한 想念으로 채우는 밤이면 나의 꿈으로 날아들던 새. 달이 빚어낸 듯 희게 빛나던 새. 그 새가 등장하는 꿈은 항상 똑같이 시작되엇고, 또 똑같이 끝낫다. 먹빛이 감도는 창가에 다리를 꼬고 걸터안자잇는 女人. 인기척에 잠이 깨 고개를 들어 창가를 쳐다보면 그녀는 자신의 왼팔을 천천히 들어올린다. 그 몸짓을 따라 팔 아래로 펼쳐지는 날개. 그녀는 自身의 왼 날개에 달려잇는 깃털들을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하나하나 고르더니, 가장 빼어나고 튼튼해 보이는 깃털을 하나 뽑아 내게 건넨다. 깃털을 받은 내가 그녀에게 무어라 말이라도 걸거나 손이라도 뻗으려하면 어느새 작은 새로 변해 훨훨 밤하늘로 가뭇업시 사라져버리는, 그런 꿈.

 사실 내가 뮤즈를 만나게 될 것이라 생각해본 적은 업섯다. 뮤즈가 찾아온다 해도 周邊 사람의 모습을 하고 잇다거나, 아니면 으레 사람들이 상상하는 뮤즈의 모습에 가까운 - 濃紅한 입술을 가진 姚姚한 女人이라든지 하는 - 形狀을 통해 마주할 거라고 막연히 상상했었지, 이렇게 사람도 아니고 다른 무언가도 아닌 非現實的 存在일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햇다. 평소 그러한 對象과 이미지를 憧憬하던 사람이 아니엇기에 더욱 그랫다. 정말, 왜 女人은 하필 날개를 달고 나타낫슬까. 그러나 이제는 그러한 궁금증마저 옅어진 것이, 그 꿈을 꾸지 아니한 지 한참 되엇기 때문이다. 批評家에게 뮤즈는 필요 업슬 거라 지레짐작하고 떠난 것이 아닐까, 문득 짐작해볼 뿐.

 同行과 헤어져 돌아가는 길목에서 오랜만에 그 꿈에 대해 생각해본다. 애초에 企待하지도 않앗던 만남이엇스므로 덤덤할 법도 한데 그때의 나는 그녀가 사라진 창가를 오직 허전함만으로 채우엇다. 매일 밤 찾아오지 않아 애태우는 그녀를 다시 만나려 애면글면햇고, 그 날개에 사로잡히엇던 탓에 重要한 글은 꼭 깃펜으로 쓰려고 드는 自身을 發見햇다. 그야말로 꿈을 꾸는 것이 꿈이던 時節이엇다.

 偉大한 藝術家는 批評家의 提示한 規準에 依據하야 創作하는 사람이 아니요 規則을 몰으고 傑出한 作品을 産出하는 사람이라고 여기는 지금과 달리, 文學少年이엇던 그때의 나는 나의 글이 으레 藝術家라 불리우는 사람들의 그것과 하염업시 동떨어져잇다고 느꼇다. 그래서 나와 藝術家가 너무도 다르게 느껴지는 까닭, 소위 말하는 그 規則이 무언지 가르쳐줄 뮤즈가 더욱 切實햇나보다. ‘學者는 아마 그의 發見을 자랑하리라. 그러나 나는 그 規則을 알기 전부터 발으게 繪畵를 그려 왓다는 것을 자랑하리라.’ - 들라크로아의 이 불오지줌에 일찍이 듯는 귀를 가젓다면 좋앗슬 텐데.

 文學에 對하야 아직 고민하던 時期에 잇던 나는 그렇게 批評家가 되기로 決心한 것 같다. 누군가의 지친 마음을 흔드는 글을 쓰고 싶엇스나 정작 原稿紙 위에 쓰인 거슨 나의 不足함뿐이라고 늣기던,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을 쓸 運命임 역시 늣기던 나는 그렇게 批評의 길에 들어섯다. 美를 온전히 具現해낼 수 없다면, 美를 가장 잘 讚美할 수 잇는 사람이 되자, 또한 가장 잘 讚美할 줄을 사람에게 갈으킬 수가 잇는 사람이 되자, 읊조리면서. 이렇게 時間 곳곳에 스민 그녀의 痕迹을 보니 뮤즈란 모든 藝術의 完成에 介入하시는 분이라는 윤의 말이 틀린 말은 아닌 성 싶다. 오래ㅅ동안 잊고 있던 뮤즈에 대한 기억이 새삼스레 찾아드니 괜스레 바람이 차게 느껴진다.

 하지만 지금 늣기는 헛헛함은 그녀의 不在 自體에 對한 哀惜함이나 喪失感이라기보다는 예전 기억으로부터 오는 哀憐에 갓갑다. 未練과는 다른 種類의 것이다. 나는 藝苑의 巡禮者다. 나와 가티 한 作品의 香氣와 美에 醉하는 사람이 잇스면 가티 이야기하겟고 나의 精神 속에 빗최인 作品의 肖像에 同感하여 주는 사람이 잇스면 깃부겟다. 이러한 마음으로 七人會에 드러갓스며, 또 그들과 지내는 것이 즐거웁다. 運命처럼 特別한 뮤즈를 만나는 건 분명 우리의 榮光이나, 그것이 必須的인 일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나와 함께 文學的인 이야기를 나누는 그 相對方이 내게는 뮤즈와 다름없다. 이렇게 생각하고 나니 사실 나는 뮤즈를 잃은 적이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다다른 집의 雰圍氣가 平素와는 사뭇 다르다. 모든 불이 꺼져 漆黑같이 어두워야할 집이 이상하게 밝은 것 같은, 그런 늣김. 왠지 모르게 硬直되어 집을 살피다가 못보던 게 바닥에 떨어져 있어 허리를 숙이고 자세히 보니 깃털이다. 어디에서 떨어진 건가 싶어 고개를 들어보니 女人, 꿈속의 그 女人이 있다.

 “이제야 날 봐주시네.”

 무어라 답해야할지 나는 알 수 없어 그냥 바라만 보았다.

 “왜 말 없이 서 잇기만 합니까. 물어보고 십픈 것두 업나?”

 “왜 찾아왓습니까, 정작 애타게 찾을 때는 오지도 않더니.” 

 方今까지도 별 感情이 없다고 생각했건만, 그래도 한때 懇切히 그리던 자가 實際로 나타나니 나는 또 울가망해지고 마는 것이다.

 “한동안, 아니 꽤 오래 나는 아예 꿈조차 꿀 수 업섯서요.

 그대가 정말 나의 뮤즈라면 한 번, 정말 한 번쯤은 다시 찾아와줄 수도 잇지 않앗습니까.”

 “나는 늘 다른 사람들의 꿈속을 날아다녀야 햇스니까요.”

 무슨 뜻으로 하는 말인지 몰라 또 그냥 바라보는데 그녀가 말을 이었다.

 “뮤즈는 藝術家에게 靈感을 주는 존재다……. 글쎄, 나는 당신에게 靈感보다는 단단함을 주고 싶엇서. 武士에게 가장 무거운 것은 되려 劍이요, 作家에게 가장 무거운 것은 되려 펜이라고들 하지만 그래도 나는 당신이 좀 가벼운 마음으로 글을 썼으면 햇습니다. 思想과 表現의 自由를 擁護하면서도 자신의 글에는 유독 嚴格하던 당신 같은 사람이 어떤 한 가지에 기대면 더 危險할 것 같았거든. 그래서 그대가 그대 스스로를 묶어 두는 마당에, 나라도 自由로이 날아다녀야 햇지요. 스스로를 끝업시 檢閱하지 않고도, 또 나를 비롯한 무언가에게 매달리지 않고도 편안하게 글을 쓰도록, 그리고 당신이 그렇게 써낸 글을 鑑賞하고 그로부터 따뜻한 조각을 찾아내는 사람들로부터 힘을 얻을 수 있도록. 그렇기에 저는 이제 당신의 뮤즈가 아닙니다. 당신이 직접, 또는 글자를 통해 만날 모든 사람들이 당신의 뮤즈야. 그들의 눈과 꿈속에 스민 나를 글자를 통해 찾아주어요. 또 그렇기에 나의 形狀은 어디에나 있습니다. 그러므로 나는 당신을 떠난 적이 업습니다.”

 “그럼 지금은 왜 다시 온 겁니까.”

 “알려주려고 왓습니다. 나, 항상 그대 곁에 잇섯다고. 아까 당신이 하던 생각들을 보니 이미 깨달은 것 같지만. 뭐, 이제는 그렇게 날아다닐 필요가 업겟다 싶네. 당신은 이미 充分히 强忍하고 따뜻한 글을 쓰는 사람이고, 또 그러한 사람들 속에 잇스니까. 아, 이제는 정말 나도 쉬어야겟습니다.”

 그렇게 말 몇 마디를 덧붙이는 뮤즈가 더욱 희었다. 동살이 鮮姸한 時刻, 世上이 온통 뮤즈엿다. 복잡한 마음으로 女人에게 손을 뻗으니 그녀는 예전처럼 새벽의 어둠과 함께 사라져버린다. 虛空에는, 또다시 깃털들. 진정 내 그늘까지 끌어안는 이의 그 하이얀 조각들이 周邊의 곳곳을 날아다니고 잇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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