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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준 X  @Rieul__

 공기란 참으로 묘하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분명 온 곳을 자유로이 나돈다. 이는 그것이 모든 만물에 닿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모든 사물의 표면을 스치고, 심지어 모든 생물의 폐부를 드나든다. 세상 모든 것의 향을 담을 수 있는 것 중에 하나임이 틀림없다.

 때문에 그 언젠가 한 번 나는 우리 칠인회 회원들이 주로 사용하는 편집실에 들어서며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나는 편집실 공기가 참 좋더라.」그 말을 들은 다른 회원에게는 내 말에 별다른 무게가 느껴지지 않은 듯 아무런 대꾸 없이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며 고개를 끄덕였더랬다. 물론 그 말은 누군가에게 심각하게 받아들여지길 바라며 세상에 나온 것은 아니었지만, 소설을 쓰는 사람이 흔히 내뱉는 가벼운 감상은 더더욱 아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나는 참으로, 편집실의 공기를 사랑하고 있었다. 손길이 닿기 힘든 책장 사이에 끼인 퀴퀴한 먼지의 향. 종이 위에 새겨져 그 향만이 떠오른 잉크의 내음. 그리고 회원들의 숨을 머금은 씁쓰레한 담배 연기. 그 모든 것이 섞여 있으니,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가끔 그런 날이 있다. 모두가 돌아간 시간에도 괜히 편집실에 남아 있고 싶은 날. 편집실 바깥에서 들어오는 빛이 변이할 적에 손을 뻗으면 잡히는 원고지를 앞에 두고 앉는다. 조용한 실내를 사각거리는 펜촉의 소리로 하얗게 빈종이 위를 다양한 소리의 문자로 그득히, 채워본다. 본업이 기자인 탓에, 직접 문학적인 글을 쓰는 일이 적다지만. 그래도 문학을 사랑하는 이로서 내가 사랑해마지않는 편집실 공기 속에 글을 쓴다는 것은 퍽 즐거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현재 이 글을 적고 있는 지금도 예의 그 날에 포함된다. 어느 정도 글을 적으니 해가 뉘엿뉘엿 저물어 사방이 붉고, 공기가 조금씩 무거워진다. 편집실의 공기는 언제나 같고, 옆에는 오늘 전달받은 원고가 쌓여있다. 문득 홀로 남은 편집실의 이메-지를 떠올려본다. 항상 원고뭉치가 함께였다. 그것들이 나의 뮤즈였던가 싶다.

 하지만 또 생각해보면 그렇다. 글을 사랑하여 수많은 문학인을, 그야말로 문학을 만난다. 나에게는 수많은 기회가 있는 셈이다. 그렇다고 하여 내가 항상 글을 쓰는가. 그것은 또 아니다. 무언가 실마리를 찾은 것 같았지만, 여전히 알 수 없음에 펜을 놓기로 한다. 대신, 한 번씩은 모두 훑어본 원고를 든다.

 

 

-

 

 

작게, 꾹꾹 눌러 쓴, 섬세한 글씨로 원고지 구석에 적혀있다.

뮤즈. 칠인회.

 

 

-

 

 

 수남아. 우리 원고 마감 날이면 말이다. 꼭 태준형이 어떤 것도 마다하고 편집실에 끝까지 남지 않던?

우리 원고를 정리하려 그런 거겠지.

 그런데 수남아. 내가 한 번은 편집실에 뭘 두고 가서 다시 돌아간 적이 있었거든. 그런데 미처 편집실에 들어서지도 못하고 돌아왔지 뭐냐.

 왜?

 왜긴, 태준형이 집중을 하고 있어서 그랬지. 형이 또 집중하는데 방해하는 건 싫어하지 않아.

답지 않게 상냥하셨소.

 글쎄, 아마 네가 그 자리에 있었으면 너도 그리 했을지 몰라.

 그건 또 무슨 말이야?

 평소랑은 형이 많이 달랐거든. 으응, 많이 달랐지.

 에이, 제대로 말해줄 것 아니면 하덜 말아요. 놀리는 것도 아니고.

 이런 건 또 비밀로 간직해야, 달콤한 법이거든.

 시덥잖은 말로 놀릴 생각일랑 말아요. 근데, 손에 든 그 원고는 무어요? 부지런하기도 하네.

 이 원고? 뭐긴 뭐야. 누군가의 뮤즈지. 부지런한 것이 아니라, 머리에 든 것이 많은 게야.

 아무렴은. 그러니 그 뮤즈덕에 투서를 쓰는 독자들도 많은가보오. 이 윤은 천재다. 이 윤은 독자를 희롱함에 천재가 틀림없다!

 그런 게 아니래도!

 아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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